AI가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시대라지만, 정작 그 AI를 부려먹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수십 개의 프롬프트를 복사해서 붙여 넣고,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나오면 다시 마우스 우클릭으로 저장하는... 이른바 **'AI 시대의 디지털 인형 눈 붙이기'**입니다.
오늘은 제가 왜 이 '노가다'를 끝내기 위해 **Auto Whisk**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구글의 서비스 종료라는 삽질의 그 뒷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1장 시작은 바이브 코딩 이었다
처음 유튜브로 Auto Whisk를 만났을 때의 감동이 기억납니다. 프롬프트 리스트를 잔뜩 등록해서 시작하면 일일이 복붙하지 않고 장면을 뽑아주다니! AI로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혁명이었죠. 어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개발을 전혀 몰랐지만, 머릿속에는 명확한 **'흐름(Flow)'**이 있었습니다.
- 메모장에 적은 수십 개의 프롬프트 문장을 AI가 한 칸씩 읽게 한다.
- 각 칸에 맞는 캐릭터를 자동으로 클릭하게 한다.
- 그림이 나오면 이름까지 예쁘게 붙여서 자동으로 저장한다.
이 '바이브'를 들고 저는 AI를 찾아갔습니다. "나 코딩 못 해. 하지만 이런 게 필요해. 네가 내 손이 되어줘." 그렇게 'Auto Whisk'의 첫 번째 코드가 쓰여졌습니다.
2장 현타의 시간 — "브라우저가 타노스 당했습니다"
나름대로 AI와 대화하며 '바이브'를 타기 시작한 지 딱 1시간 만이었습니다. 제 코딩 인생(비록 지휘만 하지만)에 가장 처절한 패배를 안겨준 **'디지털 증발 사건'**이 터진 것이죠.
### "1시간 만에 마주한 무력함"
AI 이미지 생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입니다. 어제 나온 주인공이 오늘 갑자기 다른 사람 얼굴로 나오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AI에게 아주 상식적인 주문을 했습니다. "야, 캐릭터 이미지가 담긴 폴더를 통째로 불러와서 피사체로 등록해 줘. 그래야 내가 편하지!"
설레는 마음으로 폴더 선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팅-'
컴퓨터가 멈춘 게 아닙니다. 에러 메시지가 뜬 것도 아닙니다. 그냥 크롬 브라우저가 통째로 증발해 버렸습니다. 마치 타노스가 핑거 스냅이라도 친 것처럼, 제가 작업하던 모든 탭과 함께 Auto Whisk가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비개발자의 1차 멘붕: '내 마우스가 자폭 버튼이었나? 구글이 내가 해킹하는 줄 알고 내 브라우저를 원격으로 삭제했나?'
### "로그도, 자비도 없는 삽질의 반복"
코딩은 못 해도 '로그(기록)'가 중요하다는 건 들어봤기에 AI에게 다시 주문했습니다. "실행할 때 로그를 남기도록 코드를 짜줘. 그래야 어디서 죽는지 알 거 아냐!"
자, 이제 로그가 남겠지? 다시 실행!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로그를 화면에 띄우기도 전에 크롬은 또다시 '무(無)'의 세계로 사라졌습니다. 로그도 없고, 브라우저도 없고, 제 멘탈도 없었습니다.
수정하고, 실행하고, 크롬이 사라지고... 이 **'자폭 시퀀스'**를 수십 번 반복했습니다. 비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AI에게 "안 돼, 또 죽었어. 다른 방법 없어?"라고 묻는 것뿐이었죠. 하지만 AI가 주는 코드들도 크롬의 '칼퇴근'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 "결국, 항복을 선언하다"
수없이 반복된 크롬의 가출 끝에 내린 결론은 허망했습니다. 범인은 제 손가락도, AI의 멍청함도 아닌 **'크롬 브라우저 자체의 버그'**였던 것이죠.
크롬 확장 프로그램의 사이드패널(Side Panel) 형태에서 특정 방식으로 폴더를 불러오면, 브라우저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프로세스를 강제 종료해 버리는 치명적인 결함이었습니다.
- 비개발자의 한계: "아... 이건 내가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구나. 브라우저가 죽는다는데 내가 무슨 수로..."
- 처절한 타협: 결국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폴더 불러오기 기능 삭제해. 그냥 이미지 하나하나 클릭해서 등록하는 노가다 방식으로 가자."
바이브 코딩으로 세상을 다 가질 줄 알았던 기세는 어디 가고, 저는 다시 **'수동 클릭의 늪'**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3장 귀신이 곡할 노릇, 그리고 AI의 배신 — "내일 봅시다(퇴근)"
나름대로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리스트를 촤르르 만들고,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구경하고, 결과물까지 자동으로 저장되는 걸 보니 기분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와, 이게 비개발자인 내가 만든 '바이브'인가?" 싶어 어깨가 으쓱했죠. 하지만 기쁨도 잠시, 2차 현타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바로 '피사체(캐릭터) 등록' 버튼이 저와 숨바꼭질을 시작한 겁니다.
### "처음엔 되는데 왜 두 번째부터는 안 되니?"
분명 첫 번째 캐릭터를 등록할 때는 버튼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척척 올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두 번째 캐릭터를 등록하라고 시켰더니, 이 녀석이 갑자기 길을 잃고 **'스타일'**이나 '장면' 입력칸을 헤매는 게 아니겠습니까?
비개발자의 외침: "아니, 방금 전까지 잘 찾던 버튼을 왜 지금은 못 찾아! 너 아까 거기 있었잖아!!"
처음은 성공하고 다음부터는 실패하는, 이른바 **'첫 끗발이 개 끗발'**인 상황. UI 탐색 로직의 불일치 때문인지, React의 상태 동기화 타이밍 문제인지... 코딩을 모르는 저로서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버튼을 찾기 위해 findFlowPlusButton 같은 헬퍼 함수를 도입하고 UI 탐색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 종일 씨름이 시작되었습니다.
### "AI의 비정한 한마디: 내일 봅시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저의 유일한 사수인 Gemini를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제발 살려줘, 왜 두 번째부터 버튼을 못 찾는 거야? 코드를 다시 짜줘! 1초만 기다렸다가 누르게 해 봐!"
AI와 수백 번 대화하며 코드를 수정하고, 테스트하고, 또 실패하기를 반복하던 그때... 화면에 청천벽력 같은 메시지가 떴습니다.
Gemini: "사용량 한도에 도달했습니다. 내일 봅시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야! 너 지금 퇴근하면 나는 어떡해? 버튼은 아직도 못 찾았단 말이야!"라고 소리쳐봤지만, AI는 비정하게 입을 닫았습니다. 하루 종일 화면만 바라보며 씨름하던 저는, 도망치듯 퇴근해 버린(?) 제 사수 Gemini를 허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강제 조기 퇴근, 그리고 깨달음"
사수가 퇴근했으니 별수 있나요. 저도 그날은 강제 조기 퇴근을 선언했습니다. 멍하니 천장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비개발자가 AI랑 코딩하는 건, AI가 퇴근하면 나도 아무것도 못 하는 거구나...'
이렇게 Whisk 시절의 삽질기는 눈물겨운 '강제 퇴근'으로 1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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